다이아몬드 에이스 드림.
쿠라모치 요이치 X 코미나토 마야
W. 피노 (@Pino_ATM_)
드림주 O. 대학생AU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01.
“아아, 어쩌지.”
코미나토 마야가 한참이나 멍하니 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화면에 검은 글씨들이 한 자리 한 자리 자리를 잡아가나 싶으면, 한숨과 함께 다시 그 자리를 잃곤 했다. 대체 문자 하나 보내는 게 뭐가 그리 힘든 것인지. 마야 자신도 저 자신이 바보 같은 것인지 한참이나 제 분홍빛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보내봐. 시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런 마야가 안쓰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끄러웠던 것인지. 함께 지내고 있는 아키라가 마야를 향해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 그런 아키라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마야가 이내 마음을 굳혔는지, 하얗게 남겨두었던 칸을 다시 천천히 채워나갔다.
[크리스마스. 그러니까, 다음 주 일요일에 시간 있어?]
보내야 해. 보내야만 해. 한참이나 마야가 눈을 질끈 감고 중얼거리다가 다시 마음을 굳힌 듯 전송 버튼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떼려던 그때, 휴대폰에서 갑작스레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요이치]
마야는 잠시 멍하니 제 휴대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아키라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물론 마야 본인의 속은 그 누구보다도 난장판이었지만.
“욧치?”
“아, 으응. 할 일이 있어서.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저렇게 뻔뻔할 수가. 아키라는 지금까지의 모습들과는 달리 너무나도 침착하게 남자의 전화를 받는 마야의 모습이 기가 막힌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사람의 이중성이란 뭘까.
“괜찮을 것 같은데. 응. 응응.”
“응, 난 좋아!”
“알겠어, 빨리 보고 싶다. 잘 자!”
“뭐야, 약속 성립?“
“나 요이치랑 주말에 만나기로 했어! 아랏쨩! 나 주말에 요이치 볼 수 있대!”
아까의 침착함은 그새 어디 간 것인지, 마야가 제 침대 위에서 우는 소리를 내며 베개를 치고, 그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행복해 보이네. 아키라가 의자에 앉아서 마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이제 자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응, 아랏쨩도 과제 빨리 끝내고 자야 해. 잘 자!”
평소의 마야였다면 자신이 잘 때까지 버티며 같이 말동무를 해주었을 텐데. 칼같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마야에 아키라가 하하, 하고 웃더니 다시 책상 위에 있는 제 책을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고요한 밤이 깊어져 갔다.
02.
“아, 아직 안 자고 있었네?”
“그, 다음 주 일요일에 시간 있나 해서.”
“그럼 그때 볼 수 있어?”
“그래, 그러자. 시간 늦었으니까 빨리 자고.”
"료상. 약속, 잡았어요..!“
쿠라모치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제 앞에 서 있는, 마야와 같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를 향해 말했다.
사실 쿠라모치도 마야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교 시절만 해도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그녀였는데. 대학교에 오고 나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이주에 한 번. 그렇게 점점 기간이 늘어나다가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들게 되어버렸으니. 해가 거의 끝나가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라는 날 만큼에는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던 것이 당연했다.
“내 동생 외롭게 하지 마.”
“안 그러거든요!”
료스케가 제 손으로 쿠라모치의 머리를 한 대 툭, 때리고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는 이내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쿠라모치가 료스케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인형가게 앞에서 그 안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는 것을, 학과의 연말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의 료스케가 발견한 것. 마야를 못 본 지 오래 되었다며, 선물을 사러 오긴 했는데 아직 약속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쿠라모치의 말에 료스케가 한숨을 쉬며 쿠라모치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더니, 마야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이게 얼마 만에 데이트야.”
쿠라모치가 기분이 좋아진 듯 가게에서 마야에게 선물할 인형을 사 손에 쥐고 나오며 그 특유의 웃음소리로 작게 웃었다.
빨리, 다음 주가 왔으면.
03.
“뭐야, 문자?”
이제 막 씻은 것인지,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며 욕실에서 나오던 쿠라모치가 제 휴대폰의 문자함에 1 이라는 숫자가 써져 있는 걸 보고는 의아함을 가졌다. 딱히 문자 할 사람은 없는데, 하는 마음에 문자함을 열자, 그 안에는 마야가 한참이나 고민하던 문자가 들어 있었다. 잠시 멍하니 그 문자를 쳐다보던 쿠라모치가 이내 크게 햐하하! 하고 웃었다. 정말로, 제 연인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자신의 귀에 확연히 들리는 자신의 불규칙한 심장 고동이 웃기기만 했다. 얼마나 그 문자를 바라만 봤을까, 쿠라모치가 제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는 제 휴대폰을 두들겼다.
[그 날은 코미나토 마야라는 사람한테 헌납하려고 하는데.]
04.
대학교 동아리 부실에 앉아있던 마야가 갑자기 제 얼굴을 감싸며 책상에 엎드리는 걸 본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어디 아픈 것이냐며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면 꽤 아팠다. 남자가 뱉어낸 그 문장 한 줄이, 마야의 심장을 쿡쿡 찔러 왔으니.
‘아아, 위험해. 이건..’
빨리 보고 싶다.
05.
마야가 잠시 손을 뻗어 눈이 제 손에 앉아 제 체온에 녹아가는 걸 지켜보더니, 이내 약속장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분홍빛 머리에 하얀 눈이 녹아내렸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라고 마야는 생각했다.
06.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끌어안고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이후에는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서로의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함께 영화도 보고, 게임센터에도 가고. 그렇게 서로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시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이 가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맞잡은 손을 더 꽉 붙잡을 뿐이었다.
07.
“안 가면 안 돼?”
마야의 학교에 다다르자, 쿠라모치가 툴툴대며 느렸던 발걸음을 더 늦추기 시작했다. 예전이었다면 뭐하는 거냐고, 너도 피곤할 테니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며 쿠라모치를 말렸겠지만, 오늘만은 마야도 욕심을 부렸다.
“나도 욧치랑 더 놀고 싶은걸..”
“불공평하지 않냐. 작년에는 매일 붙어 있었는데, 오늘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잖아.”
서로 얼마나 칭얼거렸을까. 기숙사 근처에 다다르자, 결국 쿠라모치는 걸음을 멈추고 마야의 뒤로 가 마야를 안았다.
“가지 마.”
마야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말하는 쿠라모치의 볼을 마야가 비어있는 손으로 쿡쿡 찌르더니, 그대로 쿠라모치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부끄러운 것인지 고개를 확 돌렸다. 그에 놀란 것인지 잠시 마야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던 쿠라모치가 다시 그녀의 앞으로 가서 마야의 얼굴을 잡고는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진짜, 헤어지기 싫게 만들지 마.”
“누가 할 소리. 네가 먼저 했거든?”
마야가 얼굴을 붉히며 쿠라모치를 쳐다보자, 쿠라모치는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냐며 다시 마야의 입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아, 진짜 보내기 싫다. 제 앞에 있는 그녀를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08.
기숙사 앞에서도 얼마나 시간을 보냈던가, 그렇게나 오래 보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인지 둘은 한참이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의 손을 세차게 흔들어 보였다.
09.
“마야, 너 남자친구 있었어?”
“에, 네?”
다음 날, 여느 날처럼 학식을 먹고 있던 마야에게 몇몇 선배와 친구들이 다가와 물었다. 마야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둘의 모습을 한 선배가 봤다고 했나, 그 날 동아리방에서는 마야의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외에도 학교의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야는 자신의 휴대폰이 유난히 울리는 것을 알아채고는 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12월 30일에, 선배들이랑 애들이 다 같이 고등학교 가자는데. 당연히 갈 거지?]
[또 볼 수 있겠네. 벌써 보고 싶다고.]
아, 또다. 쿠라모치가 보낸 단 두 개의 메시지가, 또 마야의 심장을 쿡쿡 찔러왔다. 마야의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것을 본 그녀의 선배가 또 남자친구냐면서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크게 웃었다. 그에 마야가 제 얼굴을 가리더니 그러게요, 너무 좋은 걸 어떡해요, 라고 말하고는 제 휴대폰을 켜 남자의 문자에 답했다.
[당연하지!]
[보고 싶어, 요이치.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