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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들어봐. 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 그것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이렇게 중요한 날에 어째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거야? 응?”

“이게 제 일이니까요….”

“오. 유후. 이럴 거야? 오늘은 나랑 데이트를 해야 하는 날이잖아!”

“저……. 우리 언제 약속했었나요?”

“약속? 그런 게 중요해? 바로 나. 토니 스타크가 왔는데? 이런 거 그만두고 지금 당장 옷부터 시작해서 원하는 거 있으면 다 사다 줄 테니까.”

“저는 괜찮은데…….”

 

갑자기 일하는 가게로 찾아와서는 일을 하냐고 묻는 스타크의 말에 후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제 옆에 쌓인 케이크가 되길 기다리는 시트들과 볼에 담긴 생크림, 그 사이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초콜릿 장식과 과일. 이것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속 자신과 데이트를 하자는 스타크에게 어떻게 좋게 보낼까 하고 몇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저보다 말을 잘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건 반드시 해내야 하는 남자니까 한 번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란 건 오랜 시간 덕분에 알게 되었다.

말로 거절하자. 라고 머릿속으로 결론을 냈을 땐 이미 스타크의 손에 잡혀, 가게 뒷문으로 끌려 나온 후였다. 뒤에선 점장이 자신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걸 보면서 차에 탔다.

 

“어… 미스터 스타크. 제가 거절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랬어? 난 또 날 보더니 1시간 정도 말없이 가만히 있길래 밖으로 데리고 나가달라는 뜻인 줄 알고, 네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데려간다며 차에 태웠지. 괜찮은 방법이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만약 그 방법…이 안 통하면 어떡하려고 그런 거에요?”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 통하게 되어있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토니 스타크의 말 한마디면 안 넘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후는 또 이런 식이구나 하고 한숨을 쉬면서 창가를 바라봤다.

후를 보고는 벨트까지 손수 매주며 조금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볍게 경고를 내뱉으면서 시동과 함께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변경한 뒤 후를 보고 꽉 잡으라고 마지막 경고를 한 뒤 액셀을 밟았다.

 

 

 

뒤늦게 매번 이런 식으로 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후를 못 들은 척 칼릭스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말하며 도착한 곳은 후가 전에 대학 친구에게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지만, 기념일의 경우, 많은 이벤트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인 오늘 같은 날엔 사람들이 많아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사람이 없었고 그걸 전혀 모른 체 제 곁으로 다가오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이런 곳은 후에게 있어 처음이었기에 혹시 이런 유명한 레스토랑에 셔츠와 면티, 청바지, 장소에 맞지 않는 옷이라 제대로 차려입지 못한 자신의 탓은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하면서 눈치를 보는 후는 웨이터의 대답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식사를 하는… 이날만을 기다렸을 거에요. 저 갈래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어떻게 네 생각만 하는 거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여기에 안 올 거잖아.”

“저, 저는 이런걸 바란 게 아니에요…!”

 

후의 양손의 제 주인의 얼굴을 덮어왔다.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이곳이 아무것도 아닌 자신 때문에 이곳을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알 수 없다. 자신이 뭐길래. 눈앞이 어두워지니 몸이 크게 떨려 얼굴을 가리던 손을 급히 떼어내 시야를 풀어주고 대신 입을 가렸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옆에 있던 웨이터는 괜찮냐고 물어오지만, 맞은편에 앉아있는 스타크는 오히려 불만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매번 이런 걸 바라지 않는다면서 넘어갈 거야? 한번쯤은 너와 이런 곳에서 함께 식사하고 싶었다고. 매번 네 뜻에 따르고 존중해줬어. 물론 너와 함께 먹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내 뜻을 따라주면 안 되는 건가? 네가 항상 했으니 오늘만큼은 나도 너에게 먹여주고 싶었던 음식이 이곳의 음식이라는 거야. 왜 자넨 항상 남의 기분을 신경을 쓰면서 나의 기분은 생각도 해주지 않는 거지? 매번 했던 그 행동으로 내가 상처를 받을 거라곤 생각 안 해봤나?”

“어… 그……. 미안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야죠.”

“유후 너는 너무 착해. 멍청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착해. 오늘 같은 날엔 독해져도 괜찮아. 이런 경험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누구와 해보겠냐고.”

“… 미스터 스타크 전…”

 

입은 우물쭈물하면서 제 손을 주물럭거리며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행동에 스타크는 양 손바닥으로 보이며 들었다.

 

“그래, 그래. 알았다고. 여기 룸도 있나.”

“안내하겠습니다.”

 

웨이터의 안내에 스타크를 따라 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룸 안으로 블라인드까지 쳐서 밖에서 안이 안 보이게 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 때문인지 벽지와 조명 때문인지 조금은 어두운 공간. 스타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애써 메뉴판을 보고 있는 후의 얼굴을 확인했다. 후의 과거를 몰래 조사해서 알고 있는 그로선 조금 전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메뉴판을 뺐어 들어 웨이터에게 건네 자기 마음대로 주문을 하면서 시선은 후 쪽으로 향했다. 테이블을 멍하게 바라보는 후를.

 

“무섭지 않나. 이런 방은 싫어했던 것 같은데.”

“미스터 스타크와 함께 있으니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후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소리를 뱉어냈다.

저녁 시간이라기엔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홀에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가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 넘쳐났다. 행복. 그 자체인 소리를 들으며 괜히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떨어져 있는 분위기가 싫어서 매년 크리스마스 땐 파티를 했었는데.”

“저는 싫었지만, 일,이,삼과 함께 지내면서부터는 괜찮아졌어요.”

 

그리고는 끊긴 대화 홀에서 들리는 화기애애한 소리들이 룸으로 넘어와 안을 가득 채우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유일하게 조용하게 있을 두 명 중 한 명인 스타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

“… 저도 미안해요. 그리고 여기로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일,이,삼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인 것 같아요.”

“하, 당연하지. 그럼 다음 코스로는 어디 가고 싶어? 내 개인적인 생각은 우선 미용실에 가서 네 지저분한 머리를 정리하고 그다음엔 헤어스타일에 어울릴 정장에서 구두로 세트로 맞추는 거야. 물론 시간이 남으면 함께 스타크 타워로 가서 이런 곳이 있으니 빨리 그 감옥 같은 단칸방을 나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은데 유후, 자네 생각은 어때?”

“어……. 죄송해요. 저는 내일도 출근이라서요.”

“오, 안돼. 오늘과 내일은 나의 것이야. 자네 점장이 이미 나와 약속을 했거든.”

“또…! …알았어요. 이번만이에요. 대신 일,이,삼 먹이 주고 가게 해주세요.”

“당연하지 자기. 아니지. 맨날 집에 가서 챙겨줘야 하는 거야? 고양이 전용 자동 급식기랑 자동급수기 하나 사는 건 어때?”

 

바로 다음 말로 거절하고는 웃으면서 스테이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릇 양쪽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면서 지금의 상황을 깨뜨리지 말자고 후는 이어서 나오려는 말을 도로 삼켰다.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을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

물론 자동 급식기나 급수기가 있다면 편하겠지만, 평일인 학교, 쉬는 날엔 아르바이트하러 다니고 있으니 바쁜 일상이지만 먹이를 준다든가 하면서 아이들과 교감을 하고 싶었다. 먼저 마음을 열어준 착한 아이들에게 고마움과 곁을 내주는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식사 후 집으로 가서 귀여운 일,이,삼의 밥을 챙겨주자는 생각으로 빠르게 나이프를 쥔 손이 움직였다.

겨우 스테이크를 썰면서 포크로 찍어 먹는 후를, 스타크는 스테이크를 먹지 않고 감상을 했다. 소년 가장 후원 협회의 후원이라는 방법을 이용해 후를 도와주고 있지만, 그 돈은 대학 등록금으로만 사용할 뿐, 생활비로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자신이 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제힘으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주어진 기회를 거절만 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왔기에 이렇게 얌전히 자기가 해달라는 대로 하는 행동도 매우 낯설고 다시 볼 수 없는 기회라 최대한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모자라지 않아? 아니다. 더 시켜줄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조금 전에 메뉴판을 뚫어지게 보던데, 메뉴 한가지씩 다 시켜도 좋아.”

“괜찮아요. 이것도 아주 많은걸요.”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래. 오늘이 크리스마스기도 하고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더 챙겨주고 싶달까. 아니. 그렇다고 불쌍해서가 아니라… 네 몸을 봐. 지나가던 사람이 봐도 손을 붙잡고 저와 함께 우리 집에서 식사할래요라고 말할 거야.”

“정말로 배가 불러서 그래요. 그리고 같이 많은 곳을 돌아다닐 건데 배탈이라도 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는 저를 보며 활짝 웃는 후를 보던 스타크는 알겠다면서 와인이든 와인잔을 후 앞으로 내밀었다. 술을 못 마시는 후지만 일단 주는 것이니 잡아들었다. 스타크가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와인잔을 잡아들어 내밀자 후는 그걸 보고 웃으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와인잔을 부딪혔다. 살짝 부딪치면서 맑은소리가 방안에 퍼졌다.

타이밍 좋게 홀에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음악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한다. 이어지는 허겁지겁 스테이크를 먹는 소리에 누군가의 한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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