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때면 교단은 소란스러워져서, 정확히 말한다면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들떠지는 것이어서, 유하는 자신도 그런 기분이 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코무이 실장님의 의견으로 크리스마스에는 꼭 파티를 열었다. 물론, 임무를 내버려둔다던가 쌓인 서류를 처리하지 않는 일은 없었지만 저녁 때쯤에는 모두가 모여 케이크 하나라도 꼭 먹을 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못한다면 그 해에 마지막 날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모여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싫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실제로 유하가 파티에 얼굴을 내미는 일은 적었으므로 마냥 즐거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뿐더러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자면 끼어들지 않는 것이 더 당연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 번쯤 권해주는 말이 기뻤던 것으로 유하는 기억했다. 그 때는 단지 그 정도였으며 그리고 요즘, 예전과 비교하자면 더욱 더 분위기가 고조되어있었다. 누군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알렌 워커,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그의 생일이 크리스마스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그의 생일준비를 우선시 해서 준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유하도 무언가를 준비하였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알렌 워커의 생일도 관심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연인이 즐겁게 참여하니까, 그런 이유로 교단에 들어간지 몇 년만에 겨우 파티에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
"라비"
그녀의 애인은 그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재밌다는 듯 이곳저곳에 끼어들며 대화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놀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유하는 그런 라비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이지만 분위기가 고조될 수록 유하에게는 부담되었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애인에게 조용히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응? 유하, 무슨 일이야?"
시끄러운 대화 중에 용케도 자신의 말을 잡아내었다고 유하는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구나, 를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그 때의 행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아, 그게. 나 좀, 쉬러간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응?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냥 조금 지쳤을 뿐이야."
"그럼 다행이지만.."
자신의 말에 놀란 것일까,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자신의 애인이지만 이때만큼은 저절로 그의 시선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부터의 습관이 남아있는 것인지 모르겠어도, 결국 라비의 시선을 피하게 되니깐 솔직히 오랫동안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모순적일 수 밖에.
"어쩔 수 없지~ 같이 갈까?"
그래서였을까, 라비의 반응에 유하는 눈을 크게 뜬 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 하고 놀 생각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지만, 연인을 혼자 두다니 오히려 다들 잔소리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아니면 나랑 있는 것도 불편해? 라비의 마지막 질문에 유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럴리가 없다. 교단에 오래 있었어도 가장 불편하지 않은 것은 오직 라비였다. 그럼, 갈까? 되묻는 라비의 말에 유하는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쉬고 올게. 하고 동료들에게 말하는 라비를 기다리며 들뜬 자신에게 의문을 가진다. 아까까지는, 우울했는데.
*
"유하는 질투가 많은 편이지?"
"네?"
임무를 가기 직전, 리나리의 말에 유하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랬던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리나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보이곤 말을 이어간다. 아까 나하고 라비하고 대화하고 있었을 때, 유하 표정이 심각해졌거든. 무슨 일이 있었나 했는데. 라비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깨달았어.
'역시 나보다는, 그런 생각 했어?'
그럴리가 없다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할 말이 없어 유하는 시선을 내렸다. 리나리의 눈치에 자신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질투가 많다. 라비하고 연애를 하며 깨달은 감정 중 하나이다. 라비의 시선이 다른 여성에게 향할 때 자신은 극도로 우울해져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하다못해 리나리라고 해도. 오래된 동료라고 해도. 전에는 한 번 칸다에게도 부러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역시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라비가 자신을 향해 웃어주면 다시 들뜬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라비는 자신에게 그런 존재이다. 질투라는 더러운 감정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한순간 느끼게 해주는. 아, 그렇구나. 지금의 자신은.
"질투.."
"응? 뭐라고?"
"나, 질투하고 있었나봐요."
동료들과 대화를 마치고 다가오는 라비에게 유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작은 속삭임마저 놓칠리가 없는 라비였지만, 질투라는 단어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질투? 질투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 자신을 바라보는 유하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 듯 보여 라비는 얼른 입을 열었다. 불안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는 감정 중 얼마 없는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질투라니 어떤?"
"말해도 괜찮아요? 그, 아무래도 이런 건.."
"괜찮아. 말하기로 했었지? 어떤 것이 싫었고, 어떤 것이 좋았는지."
라비의 말에 유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귀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서로가 약속했던 것 중 하나였다. 무엇이 좋았다. 이건 싫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다 말해줘요. 당장 고칠 수 없어도 내가 노력할테니. 응, 알겠어. 대신 너도, 유하도 말해줘. 나 또한 노력할테니까.
"아까 무척 우울했었어.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괜히 라비한테 투정부리지 않으려고 들어가려 했던 건데 라비가 같이 가자는 말에 지금은 무척 들떠버렸어. 왜 그랬지 생각하고, 계속 생각해보니까 저번에 리나리가 나보고 질투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별 반응없이 듣는 라비를 바라보며 말을 뱉다가 유하는 걱정스런 표정을 얼굴에 담으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이상하죠?"
"음~ 글쎄? 일단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건 알겠는데?"
"뭐예요, 그게.. 그런 건 당연한걸."
"아하하,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야. 그런 부분도 이미 알고 있는데 뭐"
"그래도,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걸요. 동료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쪽이 좋을테고"
"응, 그렇게 배려해주잖아. 내가 좋아하는 모습.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진짜...?"
"진짜로. 자자, 그럼 이제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질투했던 만큼 시간을 보내야지. 나도 둘만의 크리스마스라던가, 보내고 싶었어."
자연스레 말을 돌리는 라비에 유하는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사실 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었어. 에? 진짜? 이런, 난 아무것도 없는데.. 상관없어요. 기쁘게 받아주면 충분해. 그런가~ 그래도 다음에는 준비할테니까. 그렇게 말한다면야, 기대할게요.
12월 25일. 오후 10시 39분. 이제 막 둘만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던 날이었다.